“구금은 정의에 이르게 할 수 없지만, 사랑은 정의를 향한 출발점이 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대중은 범죄자에게 분노하며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고는 한다. 특히 사회를 연일 떠들썩하게 한 범죄 사건의 주인공들이 포토라인 앞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잠시나마 정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위안을 받는다. 나쁜 놈들은 처벌받아도 싸고, 시궁창 같은 곳에서 몇 년 고생하며 정신 차리길 기대한다. 범죄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주로 여기까지다. 하지만 그런 교정시설로 인해 사회는 더 안전해질까? 감옥은 교화의 공간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감시, 처벌, 격리만이 정답일까?
일찍이 독일의 형법학자 리스트(Franz von Liszt)는 '가장 좋은 사회정책이 가장 좋은 형사정책'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리고 1년 넘는 기간 동안 병역거부로 수감된 애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감옥의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저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조리한 사회는 그 자체로 범죄의 인큐베이터이고, 처벌과 격리에 방점을 두는 현재의 교정 시스템은 되레 범죄 증폭기가 되기 쉽다고.
『어느 평화수감자의 연애편지』는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수감되어, 대체복무제도가 시작된 이후 출소한 한 청년 루민의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9-2020년 사이에 주고받은 루민과 저자 루나의 편지 속에는 시시콜콜한 감옥의 일상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범죄와 범죄자, 현행 교정 시스템, 더 나아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다채로운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
강도 높은 처벌은 어떻게 소년수의 재범률을 높이는가? 남남男男성범죄는 얼마나 만연해 있을까? 죄수들은 왜 운동에 집착하나? 처벌과 격리가 아닌 교화에 목적을 둔 북유럽의 감옥들은 어떻게 다른가? 벌금 300만원을 낼 돈이 없어 매년 3만명이 감옥에 가는 한국 사회는 정의로운가? 마약이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사회도 있을까? 과밀화된 감옥은 어떻게 범죄 증폭기가 되는가? 책은 나쁜 사람이 아닌 아픈 사람을 보도록, 문제적 개인보다 문제적 사회를 먼저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며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모색해보고 있다.
동시에 교도소라는 공간이 가져오는 시간의 틈새, 그 사이로 건져 올린 선악과 종교, 몸과 환경, 권력과 성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마음이라는 심층해저를 탐사하며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자신의 내적 명령을 따르는 개성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손짓하는 글이며. 감옥이라는 공간에 대해 배우며 새로운 영성적 이해를 경험한 저자의 고백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용돌이 같은 삶의 한 가운데에서도 아름다움을 초대하며 조화를 찾아가고자 하는 한 30대 연인의 사랑 이야기다.
*미디어 리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0월의 추천도서) - 2021.09.30
레디앙 – 2021.09.04.
글로벌 E – 2021.09.01.
한겨레21 – 제1372호 (2021.07.26.)